밀가루 담합에 역대 최대 과징금, 장사하는 입장에선 “이제야 제대로 건드렸구나” 싶다

국민 먹거리 원가를 쥐고 흔든 담합, 이게 현실이다

장사해보면 안다. 원재료값이 한 번 오르면 끝이 아니다. 밀가루처럼 기본 재료가 흔들리면 빵집, 분식집, 제면업체, 제과업체까지 줄줄이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이번 공정거래위원회의 밀가루 담합 제재는 그냥 기업 몇 곳 때린 뉴스가 아니다. 내 같은 자영업자 입장에서는 “원가를 누가 어떻게 건드렸는지”를 다시 보게 만드는 사건이다.

공정위는 사조동아원, 대한제분, CJ제일제당, 삼양사, 대선제분, 삼화제분, 한탑 등 7개 제분사가 약 6년에 걸쳐 밀가루 가격과 물량을 짬짜미한 행위를 적발하고 총 6,710억4,5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 사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라고 한다. 이런 수치는 그냥 숫자가 아니다. 결국 그 부담은 라면, 국수, 빵, 과자 가격으로 아래로 흘러간다. 소비자도 아프고, 최종 판매자인 자영업자도 아프다.

왜 이번 사건이 더 뼈아프게 느껴지나

이번에 더 눈에 띄는 건 이들이 한 번 제재를 받고도 다시 담합했다는 점이다. 2006년에도 밀가루 담합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았던 업체들이 또다시 같은 방식으로 움직였다는 얘기다. 사실 이런 유형의 담합은 현장에서 보면 더 교묘하다. 대놓고 가격표를 맞추는 게 아니라, 인상 시기나 폭, 물량 배분을 서로 맞춰놓고 시장에는 정상적으로 가격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겉으로는 경쟁, 속으로는 합의다.

공정위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들 7개사는 2019년 1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총 24차례에 걸쳐 담합을 진행했다. 대형 수요처를 대상으로 한 공급가격·물량 담합이 19차례, 중소형 수요처와 대리점 등을 상대로 한 공급가격 담합이 5차례였다. 이런 식이면 시장이 왜곡되는 건 시간문제다. 가격이 오를 때는 빠르게 올리고, 내릴 때는 늦게 내리는 방식은 장사하는 사람들한테 너무 익숙한 패턴이다. 원가 부담은 아래로 밀어내고 이익은 위로 챙기는 구조, 이게 현실이다.

“시장점유율 90%에 이르는 제분사들이 약 6년에 걸쳐 은밀하게 실행한 담합을 적발해 제재했다는 데 의의가 있겠습니다.”

가격은 왜 이렇게 쉽게 오르고, 왜 이렇게 안 내려오나

공정위 설명을 보면, 이번 담합의 핵심은 원맥 시세 변화에 대한 반응 속도였다. 밀가루 원재료인 원맥을 사실상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라서 국제 시세가 오르면 원가 압박이 커지는 건 맞다. 문제는 그걸 핑계로 가격 인상은 신속하게, 인하는 최대한 늦게 맞췄다는 데 있다. 특히 2020년부터 2022년 사이 원가 상승기에는 인상폭과 시기를 합의했고, 2023년 이후 하락기에는 하락분 반영을 늦췄다고 한다.

이건 자영업자 입장에서 아주 익숙한 그림이다. 원재료 납품단가가 오르면 납품업체는 “시장 상황”을 말하고, 우리 같은 가게는 울며 겨자 먹기로 메뉴값을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원가가 내려갈 땐 아무도 먼저 안 움직인다. 공정위가 이번에 그 구조를 정면으로 짚은 건 의미가 크다. 가격은 시장이 정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몇몇 과점 사업자의 손에서 움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숫자로 보면 더 선명하다

공정위가 산정한 관련매출액은 약 5조6,900억원 수준이었다. 또 다른 설명에서는 약 5조8,000여억원으로도 제시됐는데, 어쨌든 규모 자체가 엄청나다. 2024년 기준 국내 B2B 밀가루 시장에서 이들 7개사의 점유율은 87.7% 또는 88% 수준으로 제시됐다. 사실상 과점 시장이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처럼 보여도, 실제론 소수 사업자가 가격과 물량을 좌우할 수 있는 구조라는 뜻이다.

담합 기간 중 2019년 12월과 비교하면 2022년 9월 밀가루 판매가격은 제분사별로 약 38%에서 최대 74%까지 올랐다. 이 수치는 그냥 체감이 아니라 실제로 공개된 변화 폭이다. 이런 정도면 제빵, 제면, 제과 업체들이 버티기 쉽지 않다. 결국 소비자 가격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담합 전후 가격 상승 폭

최소 상승폭 ■■■■■■■■■■■■ 38%
최대 상승폭 ■■■■■■■■■■■■■■■■■■■■■■■■■■■■ 74%

구분 내용
담합 기간 2019년 11월~2025년 10월
담합 횟수 총 24차례
시장점유율 87.7%~88%
과징금 총 6,710억4,500만원

공정위가 꺼내든 가격 재결정 명령, 상징이 아니라 실효성이 중요하다

이번 사건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과징금만이 아니다. 공정위는 7개 제분사에 독자적 가격 재결정 명령도 부과했다. 쉽게 말해 담합으로 왜곡된 가격을 다시 정상 수준으로 재산정하라는 것이다. 이 조치는 2006년 밀가루 담합 사건 이후 20년 만에 다시 적용되는 사례가 된다. 당시에는 가격을 약 5% 인하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나는 이런 조치를 볼 때마다 늘 같은 생각을 한다. 과징금은 아프긴 해도 결국 벌금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가격 재결정 명령은 시장 구조를 다시 손보겠다는 메시지다. 장사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실질적인 조치가 더 중요하다. 돈 몇백억, 몇천억 물어내도 결국 가격이 그대로면 소비자와 자영업자는 계속 당한다. 그래서 이번엔 공정위가 단순 처벌이 아니라 가격 체계 자체를 다시 보겠다고 나온 점이 의미가 있다.

다만 진짜 중요한 건 앞으로다. 가격 재결정 명령이 현장에서 제대로 먹히는지, 보고명령이 형식으로 끝나지 않는지, 그리고 담합 이익보다 제재가 더 무섭다는 인식이 생기는지가 핵심이다. 공정위는 앞으로 3년간 밀가루 가격 변경 현황을 연 2회 보고받기로 했다. 이런 사후관리 없이 한 번 세게 때리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담합은 늘 감시가 느슨해지면 다시 고개를 든다.

자영업자 입장에서 보는 이번 사건의 진짜 의미

밀가루는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다. 라면, 빵, 과자, 국수, 튀김류까지 대부분의 먹거리 가격 구조에 영향을 준다. 그래서 이번 사건은 제분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원가를 틀어쥔 업종이 시장 전체를 어떻게 흔드는지 보여준 사례다. 게다가 정부가 물가 안정 차원에서 471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한 시기에도 담합이 이어졌다고 하니, 현장에서는 허탈할 수밖에 없다. 세금으로 물가를 잡으려 해도, 공급 쪽에서 가격을 짬짜미하면 정책 효과가 반감된다.

내가 보기엔 이번 사건은 “민생 품목은 따로 관리해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밀가루처럼 생활과 직결된 품목은 단순 시장 자율에만 맡기면 안 된다. 과점 구조, 원재료 수입 의존도, 가격 전가 속도까지 다 봐야 한다. 장사하는 사람들은 이미 체감으로 알고 있다. 가격은 오를 때 한 박자 빠르고, 내려갈 때 한 박자 느리다. 이번 공정위 조치가 그 익숙한 비대칭을 조금이라도 바로잡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결국 핵심은 간단하다. 담합은 기업 사이의 편법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상대로 한 비용 전가다. 제분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빵값, 라면값, 국수값으로 이어지는 생활비 문제다. 이번엔 공정위가 아주 세게 나갔다. 이런 식의 감시와 제재가 계속돼야 한다. 그래야 현장에서 장사하는 사람도, 장바구니를 드는 사람도 조금은 덜 억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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